코딩하는 디자이너를 말하다

그 어느 커버스토리 촬영 때보다 시끌벅적했다. 코딩하는 디자이너 1기 모임이 끝난지도 수개월이 지난 후 이렇게 다섯 명이 모인 것도 무척이나 오랜만일터.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들의 수다는 밤 늦도록 이어졌다. 기자도 그들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. 코딩하는 디자이너 1기,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다.

Q. DXD세미나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요.
강동욱 : 디자이너에게 무료로 코딩을 가르치는 스터디 모임이에요. 디자이너와 개발자 모두 협업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죠.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그래요. 만약 디자이너가 시각적인 디자인 외에도 서비스 구조와 원리도 이해하게 된다면 개발자와의 소통뿐 아니라 디자인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들과 스터디를 처음 시작했죠. 그 모임이 지금의 DXD세미나로 이어진 거에요. 2014년에 1기 모임을 가졌고 올해 1월에 코딩하는 디자이너 2기가 막 시작됐어요. 1기보다 2배 늘어난 35명의 디자이너에게 HTML과 CSS를 가르치고 있죠. 코딩하는 디자이너가 알려지다보니 개발자나 퍼블리셔 등이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에 동참해줘 코딩을 이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어요.

이지혜 : DXD의 의미는 ‘디자이너’ 곱하기 ‘개발자’ 즉, 이 둘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의미로 지었어요. 그런데 DXD란 이름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더군요. 그래서 급하게 DXD세미나라고 이름을 바꿨죠 (웃음).

Q. 다들 디자이너인데 코딩에 관심이 있었나요?
공미라 : 지인들과 쇼핑몰 고객관리솔루션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어요. 그렇다보니 개발자와 소통할 일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코드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.


함민지 : 생각해보면 항상 관심은 있었던 것 같아요.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. 디자인 시안이 시안으로 끝이 아니라 실제로 구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. 개발자와 협업할 때에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해보고 싶어 코딩을 좀 배워야겠다고 막연하게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.

강명훈 : 워드프레스 등 손쉬운 웹 저작도구를 접해보니 코드도 알아야 잘 활용할 수 있겠더군요. 반면 업무적으로는 디자인과 개발이 분리돼 있다보니 큰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어요.

Q. DXD세미나 1기가 끝난지도 4~5개월의 시간이 흘렀네요. 각자의 소감이 궁금해요.
함민지 : DXD세미나 1기에 참여한 것이 회사에 알려졌어요. 굳이 얘기하지 않았는데 동료들이 “너 그런거 배운다며?”라며 묻더군요. (웃음). 동료 개발자 중 한 명은 프로토타입 개발 툴을 소개하며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. 코딩을 배우고나니 디자인뿐 아니라 개발에 있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졌어요. 특히 코딩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보니 개발자와의 신뢰가 두터워졌어요.

공미라 : 아직 부족하지만 코딩을 배우고나니,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할 때 이 부분이 문제가 아니냐고 개발자에게 묻기도 했어요. 간단한 것들은 직접 수정할 수 있다보니 개발자들의 업무가 조금이나마 줄은 것 같아요. 특히 디자인 시안대로 구현이 어려운 경우 제가 이해해줄 거라는 생각에서인지 개발자와의 소통도 좀 더 편해졌죠. 동료 개발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할까요? 한 개발자는 저에게 디자인을 가르쳐달라고 하더군요. (웃음)

Q. 그럼 ‘디자인하는 개발자’인거네요. (웃음)
이지혜 : 디자인은 답이 없어요. 개발에는 명확한 답이 있지만요. 그렇다보니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아요. 대신 개발자가 인터렉션적인 요소들을 더 이해하게 되면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거에요. 디자이너와 개발자 모두가 더 원활히 협업할 수 있을 테니까요. 이점을 DXD세미나 운영진도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.

Q. 코딩하는 디자이너 모임이 끝난 이후 코딩 공부는 계속 하고 있나요?
강명훈 : 틈틈이 워드프레스를 공부하고 있어요. 코딩을 배우기 이전에는 소스 코드를 봐도 몰라 여백을 좀 더 띄우는 등의 간단한 수정도 쉽지 않았죠. 그런데 지금은 기존 소스 코드를 보고 수정할 수 있게 됐어요.


공미라 : 디자인 관련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. 대학원 과제로 업무일지를 기록하는 웹페이지를 직접 만들었어요. 코딩이 가능해진 덕분이죠. 전 코딩하는 디자이너 2기에 또 참여하고 있는데, 안드로이드 디자인 관련 개발을 배우고 있죠. 공식 과정은 아니에요. 코딩하는 디자이너의 새로운 커리큘럼으로 준비 중인 단계죠.

함민지 : 코딩하는 디자이너를 통해 각자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가지게 됐는데, 이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. 지금은 서버단을 루비 온 레일스로 개발하고 있어요.

Q. 해외에도 코딩하는 디자이너가 많은가요?
강동욱 : IT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사실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.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고요.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.

Q. 코딩을 배운 후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달라진 점은 없나요?

공미라 : 예전에는 디자인을 좀 더 예쁘게 만들고 싶어 버튼의 모서리를 라운드 처리하는 등의 작업을 많이 했어요. 이러한 시안을 볼 때마다 개발자가 한숨(?)을 쉬더군요. 그때에는 왜 한숨을 쉬는지 몰랐어요. 지금은 디자인 트렌드가 바뀐 것도 있지만 라운드나 그림자 효과 등 코드로 구현이 쉽지 않은 것들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죠. 그랬더니 개발자들이 디자인이 훨씬 좋아졌다며 기뻐하더군요. (웃음)

강명훈 : 제 경우 회사 내에서는 업무가 분업화돼 있다보니 개발자와 협업할 일은 거의 없어요. 업무상 도움이 되는 것은 크게 없었어요. 대신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을 때 디자인뿐 아니라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게 됐죠. 지금까지 과제나 개인적으로든 웹사이트 시안을 여럿 만들었는데, 모두 PSD로만 디자인했죠. 실제 구현은 못해봤어요. 지금은 직접 간단한 개발은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.

Q. 한편으로는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 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어요.
강동욱 :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린UX가 확산되고 있어요. 애자일적인 사고 방식을 디자인에 적용한 개념이죠. 이를 실천하려면 디자이너도 포토샵뿐 아니라 다양한 개발 툴을 이용해 레이아웃이나 인터렉션을 만들고,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업무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해요. 코딩이 기본인 것이죠.
디자인은 그림 그리기가 아니에요. 코딩은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한 방법으로 봐야 해요. 전체적인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죠.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콘셉트를 잡는, 기획 느낌이라고 할까요? 이를 위해서는 디자이너도 기본적인 코딩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.

강명훈 : 소통 측면에서도 분명 도움이 되요. 개발자와 소통할 때 코딩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봐요. 코딩을 깊게 배울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체험하는 정도는 좋다고 생각해요. 프로젝트 매니저의 대부분이 개발자 출신인 것은 스케줄 관리 등 개발의 모든 프로세스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. 디자이너가 코딩을 이해하면 나중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?

Q. 초중고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한참 이슈인데요. 소프트웨어 교육이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의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될까요?
이지혜 : 시각디자인과에 다닐 때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어 관련 수업을 신청한 적이 있었어요. 공대생이 아니면 안 된다고 거부당했는데, 너무 아쉬웠어요.

공미라 : 교과과정으로 습득한 지식이 막상 사회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. 새로 배워야할 게 더 많죠. 저의 경우 졸업 후에서야 UI나 UX를 따로 배웠어요.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다보니 그런 점도 있지만요. 그렇지만 프로그래밍의 기초 정도는 학교에서 가르쳐도 좋다고 생각해요.

함민지 : 예전에 학교에서 프로그래밍 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서인지 지금 코딩을 배우는 데 거부감이 적은 것 같아요.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필요해서 배우려고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에요. 교과 과정에서부터 소프트웨어를 교육한다면 차후에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을 거에요.

강명훈 : 저도 찬성해요. 코딩이 사고의 영역을 더 체계화시킨다고 생각해요.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는 디자이너도 코딩을 많이 배운다고 들었어요.


Q. DXD세미나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요?
강동욱 : 코딩하는 디자이너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저 혼자 HTML과 CSS를 강의했죠. 지금은 재능 기부 차원에서 많은 이들이 참여하면서 디자이너 4명당 개발자 1명이 강의하고 있어요. 1:1 멘토링과 유사하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죠. 코딩하는 디자이너 2기부터는 1기 때의 교육 경험을 토대로 HTML과 CSS를 보다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듬었죠. 앞으로는 HTML, CSS뿐 아니라 더 다양한 것을 교육하고 싶어요.

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에서 3년간 일한 경험이 세상을 더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능력을 키워준 것 같아요. 그렇기 때문에 코딩하는 디자이너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. 순수한 무료 모임이자 재능 기부인 만큼 코딩하는 디자이너를 운영하는 데 금전적인 어려움도 분명 있어요. 그러나 무료라는 원칙은 앞으로도 반드시 지킬 생각입니다. 국내 실정과 다를 수 있지만 무료 모임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코딩하는 디자이너가 지향하는 목표를 이루면서 모임도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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